<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좋아하게 된 후로 그의 글이라면 믿고 읽기 시작했다. 좋게 말하면 작가의 팬이 된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팬심에 분별력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애초에 분별력이 나에게 있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정확한 성찰이 된다.)
지금 리뷰를 쓰려 하는 <이상한 도서관>은 2년 전 어느 일요일 낮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기억하고 있는진 모르지만 일요일이란 것까지 정확히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또 기괴한 일러스트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던 것도 기억난다. 이 책은 75페이지로 이 역시 지난번 리뷰했던 <버스데이 걸>과 비슷한 수준으로 얇으며 또 복잡하게 뭔가 얽혀있진 않다. 그냥 쭉 읽으면 되는. 근데 얇다고 해서 쉬운 스토리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작가가 다룬 내용들, 이런 걸 오컬트라고 하나? 현실적인 나에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다.
이 내용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일반적이지 않은 어느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빌리려 하나 대출 금지된 도서라 하는 수 없이 관내에서 보고 가야 했는데 읽을 수 있는 그곳은 오직 지하 감옥으로 영문도 모르고 직원에게 속은 채 반강제로 끌려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난항을 다룬 것이다.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더니 비현실적으로 끝났다.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작가는 이런 유의 글을 매우 좋아하는데 내가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상한 도서관> 전반을 다 이해하는척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너무 별로다. 창작은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걸 써 내려갈 권이 작가에게 있긴 하나 제발 읽는 독자를 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교훈이나 깨달음을 바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즐거움'은 줘야 하는데 작가 혼자서만 즐거우니 이렇게 매번 난감하다.
다만 인상 깊었던 한 군데는 있다. 주인공에게 나 자신과 비슷한 모습이 보였기에 기억에 남는데 탈출이 불가능해 보였던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마음을 다잡고 했던 말
'탈출 기회를 잡기 위해서 우선 상대를 방심하게 하지 않으면 안 돼'
이미 이런 상황은 누구든 많이 겪어봤을거다. 물리적 감금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누군가에게 붙잡힌듯한 기분, 그리고 그걸 벗어나기 위해 기회를 엿봤던 기억.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도서관에 감금되어 벌어지게 되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써 내려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만의 독특한 세계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같이 동화되고 싶진 않지만 내가 그 텍스트로부터 좋은 영향력과 상상력만 받아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