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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적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02.18 <진실의 적들> 전원책

(선물로 주셨던 울산에 계시는 형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수천 년이 지난 현대에도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여전히 인구에 회자된다. 이는 범인(凡人)들에게 자신을 아는 것 곧 자신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바라보기가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좋은 벗이라도 있어서 나에게 직언을 해주거나 혹은 명저라도 있어서 나의 치부까지도 완전히 까발려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나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연유로 좋은 책이란 자신의 결점이 무엇인지 단명하게 보여주고 꾸짖어 성장시켜주는 책일 때 '나에게'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나의 모습을 잘 모른다. 다만 위기나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조금씩 내 속사람을 발견하고 그저 묻어두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만나서 나의 부끄러운 면을 더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이 즐겁지 못하면 읽을 수가 없다.)

책의 저자는 현재를 기준으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방송에서도 수차례 시사 예능 프로와 각종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던 변호사 전원책 씨다.(이하 전변) 영관장교로 임관, 10년간 복무했던 그는 KBS 군 가산점 토론을 기점으로 대중들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상대 패널들은 혼쭐이 났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때는 좌우할 것 없이 전변은 군필자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필자는 그를 그동안 목소리 크고 핏대 세우는 벗겨진 아저씨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접해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JTBC 썰전의 상대 진보 측 패널인 유시민 씨의 책만 몇 권 알았었고 이분에겐 얼마나 관심이 없었던지, 그분이 책을 썼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진실의 적들>은 그렇게 참 생소했었다.

저자는 서문에 일러두기를 10년 전 <바다도 비에 젖는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마음에 차지 않아 1주일 만에 절판을 결심했다. 그런데 4년 뒤 많은 부분을 개정하여 재출간한 이유는 헌 책이 10만 원에 거래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전변이 무엇을 빚졌는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진실의 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수상(隨想)이 아니며 세상의 일류들이 세워둔 진리가 별것 아니라는, 나름의 통찰을 전한 것이라 했다.

 

 

 

위에 첨부한 사진은 차례이다. 보이는 것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주제들이지만 전변의 날카로운 통찰로 꿰뚫어 보아 대상의 본질을 발가벗겨 놓았다. (이 말은 그동안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변질 또는 왜곡되어 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어쩌면 이 말이 이 책의 주제 일지도 모르겠다.

"배운 자들의 허위의식은 무지한 자들의 허장성세보다 추하다. 지식인들보다 더 저급한 방식으로 몸을 파는 창녀는 없다." (p.40)

(저자도 변호사인데)

"변호사들? 그들은 시체를 뜯는 하이에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중략) 그들은 돈이라면 아내라도 팔아먹을 작자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방금 거짓말로써 승소한 법정의 문을 나오면서 어찌 그렇게 근엄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낄낄대는 것이 인간적이다." (p.40)

배운 자가 배운 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할 때 그것이 얼마나 역겹고 추악한 건지 본문 곳곳에서 독자들에게 관철 시킨다. 그러므로 같이 상고(詳考) 하면서 따라오지 않으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나는 이 글의 상당수를 동의한다. 물론 종교를 포함한 몇 부분은 나와 상치되기도 하나 인간의 선함과 악함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일치했고 인간을 인간 되게 함에 있어 무엇이 중한 지도 전반적으로 공감하며 읽었다. (특히 p.45 '귀중품', p.92 '아날로그' p.137 '골프' p.147 '도시' 등 너무 많다)

명문이라 생각되는 글이 많았으나 외우려 하지 않았다. 마음에 새겨두기 보다 거울삼아 나를 살펴보고 나의 추악한 부분이 어디인가 찾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책이 술술 넘어가질 않는다. 이곳저곳에서 손이 멈춘다. 어느덧 책과 싸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재독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배운 사람'이란 말속에서 저자는 무얼 강조하고 싶었을까? '배우다' '공부하다' 가 학생들 사이에선 자칫 '필기시험(혹은 입학시험)을 대비하여 오답을 줄이고 정답을 맞혀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퇴색되기 쉬운데 내가 생각하기에 배우고 공부한다는 건 성인(聖人)으로 가는 길을 말하는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한 삶과 자아완성을 위한 삶은 다르다. 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가방끈이 길어서 머릿속에 지식은 넘쳐나나 지혜가 없다면 그 지식이 빛이 되지 못하듯 자아완성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 되었든 간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내 생각만으로는 늘 부족하고 한계가 있으니 성현의 말씀이나 종교의 경전이나 기타 지혜로운 자들의 말을 빌려서 내 양식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전변이 이 책에서 '집안에 있을 때는, 집이 안 보이는 것처럼 내 외모도 타인이 더 잘 안다.'라고 했는데 내가 나를 잘 모른 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때가 많이 탄 자신의 모습은 늘 경계하여 거울에 비춰주지 않는 이상 못 보는 법이다.

이 책이 얼마나 읽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겐 다른 어떤 책보다 진지하게 읽고 또 읽고 공부했던 책이다. 운 좋게 이 글을 보실 분들에게 강력하게 일독을 추천한다. 다독으로 사고의 폭과 깊이가 남다른 전변의 글로 양식 삼길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참모습'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던 전변의 글 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거대도시 서울에서 살아오면서 내가 도시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넘쳐나는 소음과 쓰레기들, 거짓말들, 도둑고양이와 살찐 비둘기들, 매연, 허영, 음흉함, 온갖 냄새들, 냉정함, 끊임없는 낭비, (중략)

장담하건대 인간은 없다!"

Posted by 만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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