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과 최민식 주연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악마(惡魔)'를 보았다.
필자는 전투경찰 대원으로 2년간 복무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의무전투경찰순경'으로 약칭은 의경이지만 아직도 의경이라고 말하면 흔히들 편하게 순찰이나 다니고 교통정리 혹은 음주 단속 대포차 수색이나 하는 대체 복무라 생각하고 전경이라 하면 시위 현장에서 헬멧과 진압복을 착용하고 진압 방패를 들고 진압을 하는 곳으로 알고 있어서 어딜 가면 의경 출신이라 하지 않고 전경이라고 말한다. 나는 음주 단속기를 만져 본적도 신호등을 다뤄본 적도 없다.
'내가 나온' 군대는 혈기 왕성하고 순박한 20대 초 청년들을 한데 모아 치사하고 졸렬한 싸이코로 만드는 정신 병원 같은 곳이다. 군대는 전우들 간에 의리와 전우애, 단결심, 희생과 강한 정신력을 상징하는 남자다운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멋진 사나이로 만드는 곳인줄로 헛된 상상에 기대를 안고 입대를 하였다. 그렇다. 필자는 정말 멍청하다. 조금 전에 필자가 나온 군대를 정의한 한 문장에 순박하다 했는데 어쩌면 나 혼자만 순박했을지도 모르겠다. 자대 배치를 받고 보니 그곳은 권모술수, 정치질, 편가름, 제로섬 게임의 온상을 다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장소였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각설하고 왜 악마를 보았는가?로 넘어간다.
군 선임 중 김철민(실명)이란 자가 있었다. 그는 말년에 할 짓이 없었는지 필자를 이불 속으로 불러 온갖 더러운 짓을 했다. 그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동성애자도 아니며 특별한 변태도 아니었다. 단지 재미로 후임들을 하나씩 불러 이불 속에서 동성 후임에게 더러운 짓을 했다.
대략 10년이 지났다.
모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악마를 보았다. 그 김철민을 보았다. 난 그날 살면서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요새 쓰는 말대로 정말 '부들부들' 거렸다. 손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행동을 실천에 옮겼다간 내 앞길은 빨간 줄로 끝날 것이라 그러진 못하고 부들대기만 했다. 사람이 정말 화가 나면 얼굴이 빨개지고 정색을 하게 되는데 이날 겪고 보니 그건 정말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놈은 날 보지 못했고 나보다 식사를 먼저 마치고 일행과 나갔다.
10년간 잊고 살았는데 악마를 보자마자 나 혼자 그날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내가 그걸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그날 알았고 그 감정이 고스란히 있는 줄도 그날 알았다.
그 더러운 기억을 잊을 순 없고 언젠간 그놈을 다시 볼 거라 생각한다.
ps) 김철민 네가 이 글을 본다면 꼭 연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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