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글 읽고 가세요 만년살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3)
만년살이의 일상 (0)
독서 (1)
영화 (1)
방탈출카페 (8)
단상 (18)
Total
Today
Yesterday

작가마다 문체도 필력도 각양각색이지만 내가 독서에 흥미를 붙인 이후로 접해본 분들 중에서는 하루키만큼 매력적으로 쓰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상실의 시대>, <어둠의 저편>, <1Q8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리뷰할 <개똥벌레> 또한 그렇다.

<개똥벌레>의 전반부는 사실 <상실의 시대>의 초반부를 그대로 가져왔고 중반부턴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고 보면 된다.

대학 기숙사에 있었던 어느 남학생의 시시콜콜한 일의 배경을 필두로 지극히 평범한 내용으로 이어져 어찌 보면 특색이 없어 보이지만 하루키의 글이 늘 그렇듯 첫 장부터 흥미롭게 빨려 들어갈 듯이 읽어나갔다.

하루키는 오컬트적 요소가 있는 글을 쓸 때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땐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성의 늪으로 독자를 빠뜨리게 하는 데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거 같다. 기호가 각자 다르므로 누구에게나 호평 일색 일순 없겠지만 내가 그런 글에 유독 몰입이 잘 된다는 이유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주 평범한 글감 속에선 친구 사이에서 연애 감정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독자인 나의 옛 모습을 하나둘씩 건드리며 다듬어준다. 그리하여 내가 또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북돋워주는 듯하다.

이는 서두에 밝혔듯 <상실의 시대>의 전반부만 가지고 말하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주인공들은 말수가 없는 편이고 대체적으로 상황 묘사가 많아 대화의 여백을 채우는 건 독자의 몫이다. 그렇게 읽다 보면 영화 한 편에 푹 빠진듯한 여운으로 헤어 나오기 힘들지만 그 이유가 비단 몰입감 때문만은 아니다. 작중의 죽은 친구에 대한 주인공의 그리움과 또 그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교차된 그의 모습들이 마치 나에게 너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묻는 느낌이 커서였다. 하루키는 이때 적절하게 끊었다. 후반부까지 이어질 얘기는 <상실의 시대>를 리뷰할 때 써보겠다.

다음 수록작은 <헛간을 태우다>인데 이 역시 80년대에 썼던 작품이다. 특이한 설정이었는데 타인의 헛간을 태워버린다는 변태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의 심리가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하려는 주인공과 이에 반해 자신의 내면을 밝히 드러내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 왜 하필 헛간인가? 그리고 왜 남의 헛간을 태우나? 이 역시 하루키는 헛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와 헛간을 태운다는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독자의 상상에 맡기면서 글을 맺는다. 주인공은 주변의 헛간들을 쭉 돌아봤지만 태워진 게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그 남자가 말한 '헛간'이 다른 헛간으로 눈치챘음을 독자에게 짐작게 하며 문자 그대로의 헛간이 아니라며 넌지시 힌트를 준다. 이성(異性)을 말하는 건지 결핍된 무언가를 뜻하는 건지 욕구불만을 표출하는 건지 모르지만 그저 독자만 스스로 답을 내리고 완성시켜야 한다. 나로서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데 이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루키 글의 특징은 언제나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 그가 얼마나 클래식을 좋아하고 재즈를 좋아하는지는 그의 글을 찾는 독자들은 다 알고 있다. 사담이지만 하루는 그가 문장 안에 넣어 놓은 재즈곡이 어떤 분위기를 이끌어내는지 너무 궁금해 알아야 했었다. 그래야 주인공이 바(Bar)에서 어떤 감상에 젖었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궁금해 유튜브에 찾아보면 댓글들이 하나같이 Murakami Haruki를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듀크 엘링턴의 '스타크로스드러버스'라는 곡이 대표적이고 <1Q84> 1권 초반에 등장하는 합주곡도 그렇다. 이렇듯 하루키의 영향력을 다른 매체에서도 쉽게 전할 수 있으니 책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알만하다.

모든 게 편리하고 모든 게 빠른 디지털 시대에서 느끼기 힘든 예전 아날로그식 감성이 이 책에서도 역시 잘 묻어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더 진가가 드러날 것이고 독자인 나도 시간이 더 흐르면 그 맛을 보게 될 것이다. 헛간 이야기보다 더 어려웠던 후반에 수록된 난쟁이 이야기는 이 리뷰에서 서술하지 않았지만 다음에 재독할 기회가 있을 때 다시 남겨보고 싶다. 좋은 책은 반드시 재독하게 되어 있다.

 

Posted by 만년살이
, |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왔을 때 큰맘 먹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구매했다. 비교적 저렴하게 할인받을 수 있어 혹했지만 그래도 선뜻 결제하기는 여러 가지로 망설여졌다. 가격도 문제지만 200권이 넘다 보니 책장도 사야 하는 데다 직장과 저녁 모임 및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 읽을 수 있을까란 고민이 먼저 들어서이다. 그래도 있으면 언젠간 볼 거란 믿음으로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스무 살 초였다면 맘 놓고 읽었을 텐데. 직장인이다 보니 읽을 시간이 적... 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시간이 넘쳐야만 책을 읽는다면 아마 영원히 한 권도 제대로 못 읽을 거다. 우린 바쁘다 하면서도 놀기도 잘 놀고 친구도 만나고 할거 다하고 있다. 일단 사놓으면 본전 생각나서라도 읽겠지.

전집을 사서 처음으로 꺼내 읽었던 게 <노인과 바다>였다. 50년대에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알려진 헤밍웨이의 작품. 아마 못 들어본 이는 없을 것이다. 영화로도 몇 차례 만들어졌으나 난 아직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누구나 이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 이미 읽기도 전에 소설 속에서 무얼 강조하는지 다들 알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노인과 바다>는 약 팔십 일간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 산티아고와 그를 돕는 소년과의 고기잡이 이야기로 전개되며 내용의 대부분은 산티아고 혼자서 물고기와 사투를 겪는 자아와 마주하면서 역경을 이겨나가는 내용이다. 이것이 전부이며 구성도 단순하다.

역시나 책은 얇지만 그 단순함 속에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삶의 고단함과 진한 감동이 있다. 아직은 어린 나로선 그 주인공의 마음을 다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 책 전반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쉽지만 주인공 산티아고가 팔십 일간 고기를 잡지 못했음에도 생계를 위해 다른 업을 찾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어르신의 마음이 현대인의 시각으론 답답하게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작중 초반에 소년과 노인의 대화 내용이 사뭇 정겹다. 노인 못지않게 소년 또한 어른스럽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기를 잡지 못한 암울한 상황을 반대로 따스하게 만들어주고 독자의 마음을 풀어주는듯하다. 그러나 소년은 부모님에 의해 산티아고를 잠시 떠난다. 이는 본격적으로 산티아고의 모습을 조명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인듯하다. 혼자 남겨진 노인은 이따금씩 소년을 그리워하지만 이내 독백으로 마음을 다 잡고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본업에 집중한다.

혼자 힘으로 잡을 거란 믿음으로 열심히 싸우는 산티아고.

85가 재수 좋은 숫자라고 유머 섞인 말을 하는 걸 보니 84일간은 못 잡았지만 85일째 날엔 꼭 잡겠단 얘기인가 보다.

상어와 죽음의 결투를 하고 난 이후 배에서 내려 아무 일 없었단 듯 곤히 잠드는데 이때 소년은 노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숨소리를 확인한 후 손을 보더니 엉엉 울고 만다. 잠에서 깬 노인은 소년이 주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판잣집에서 잠이 들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책 속에서 지혜를 빌릴 수 없거나 아무것도 느끼는 바가 없다면 그 책은 죽은 책이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헤밍웨이는 단순히 어부의 일상을 알리려 펜을 든 건 아니며

인간은 파멸할 순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숭고함 위에 육체의 어떤 것보다는 좌절하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은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시키려 하지 않을 것인데 반하여 세상은 매번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때론 10을 투자해 1을 얻고 1을 투자해 10을 얻기도 한다. 먼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마음을 다하되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어부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헤밍웨이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물론 아직도 팔십 일간 수확을 얻지 못했단 건 이성적인 나로선 쉽사리 납득하기가 어렵지만.

새삼스럽게 나에게도 소년과 같은 동역자가 많으면 좋겠다. 힘든 일을 할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 신뢰를 주고받는 사람, 불완전했던 노인에게는 힘들 때 기쁠 때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소년이 있듯이.

 

Posted by 만년살이
, |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좋아하게 된 후로 그의 글이라면 믿고 읽기 시작했다. 좋게 말하면 작가의 팬이 된 것이고 반대로 말하면 팬심에 분별력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애초에 분별력이 나에게 있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정확한 성찰이 된다.)

지금 리뷰를 쓰려 하는 <이상한 도서관>은 2년 전 어느 일요일 낮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기억하고 있는진 모르지만 일요일이란 것까지 정확히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또 기괴한 일러스트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던 것도 기억난다. 이 책은 75페이지로 이 역시 지난번 리뷰했던 <버스데이 걸>과 비슷한 수준으로 얇으며 또 복잡하게 뭔가 얽혀있진 않다. 그냥 쭉 읽으면 되는. 근데 얇다고 해서 쉬운 스토리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작가가 다룬 내용들, 이런 걸 오컬트라고 하나? 현실적인 나에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다.

이 내용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일반적이지 않은 어느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을 빌리려 하나 대출 금지된 도서라 하는 수 없이 관내에서 보고 가야 했는데 읽을 수 있는 그곳은 오직 지하 감옥으로 영문도 모르고 직원에게 속은 채 반강제로 끌려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난항을 다룬 것이다.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더니 비현실적으로 끝났다.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작가는 이런 유의 글을 매우 좋아하는데 내가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상한 도서관> 전반을 다 이해하는척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너무 별로다. 창작은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걸 써 내려갈 권이 작가에게 있긴 하나 제발 읽는 독자를 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교훈이나 깨달음을 바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즐거움'은 줘야 하는데 작가 혼자서만 즐거우니 이렇게 매번 난감하다.

다만 인상 깊었던 한 군데는 있다. 주인공에게 나 자신과 비슷한 모습이 보였기에 기억에 남는데 탈출이 불가능해 보였던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마음을 다잡고 했던 말

'탈출 기회를 잡기 위해서 우선 상대를 방심하게 하지 않으면 안 돼'

이미 이런 상황은 누구든 많이 겪어봤을거다. 물리적 감금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누군가에게 붙잡힌듯한 기분, 그리고 그걸 벗어나기 위해 기회를 엿봤던 기억.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도서관에 감금되어 벌어지게 되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써 내려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만의 독특한 세계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같이 동화되고 싶진 않지만 내가 그 텍스트로부터 좋은 영향력과 상상력만 받아 갔으면 좋겠다.

Posted by 만년살이
, |

얼핏 봐도 책 두께가 상당히 얇아 보인다. 나는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건 맞지만 그를 깊게 이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할 거 같다. 2년 전에 출간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 한편의 소설만 가지고 싸잡아서 매도하는 건 아니며 이전부터 조금씩 하루키의 글에 의구심을 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는 건 하루키란 이름이 주는 힘 때문이다. 이를 부인하진 못한다.

오늘 리뷰하는 <버스데이 걸>은 작년 여름쯤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온라인 알라딘 서점에서 본 리뷰는 대부분 비판뿐이었는데 특이한 건 차지하는 비판의 본질은 내용보다 가격에 있다는 것이었다. 61p 짜리(그것도 절반이 일러스트) 책이 13000원이라... 나도 하루키 책을 사서 보는 편이나 이번만큼은 빌려보았다. 한 시간이면 다 읽고 생각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키가 쓴 책이 아니었다면 과연 사서 읽을 사람이 있었겠냐는 궁금증이 남는 책이다. 이책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 명료하다. (물론 독자는 다양하므로 각자 다를수있다.) 스무 살 생일날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그리고 약 십수 년이 지나 그걸 회상하는 주인공.

스물이 되던 날 직원으로서 노인에게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답례로 소원 딱 한가지를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여 잠시 고민했던 아가씨. 당연히 문장 속에는 소원이 무엇이었는지와 그것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여부는 기록되어있지 않으나 뜻밖의 소원을 말해 노인을 감탄케 하였다.

나는 이 부분에서 성경의 <열왕기상> 3장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으로서 군사력도 구하지 않고 또 수(壽)도 아니하고 부(富)함도 구하지 않고 오직 선악을 분별할 지혜를 달라 하여 창조주의 마음을 감동케한 '솔로몬' 이에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주인공도 보통의 스무 살 아가씨가 비는 소원과 달라 노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는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여러분들은 스무 살 때 앞을 어떤 인생을 그리고 싶었으며 성인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뎠는가 묻고자 하는 거 같다. 나 역시 되고싶은 인간상이 당연히 존재했고 서른이 넘는 지금도 존재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 가진 생각과 천양지차이다. 이를 피력하자는건 이 리뷰에서 할 얘긴 못되는거 같다. 그러고나서 빠르게 글을 끝맺는데 다음 장에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은 스무 살 생일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작가 후기'에 일러놓았다.

생일을 중요시하지 않는 나는 스무 살 생일 때 뭘 했는지 당최 기억나질 않는다. 솔직히 아직도 태어난 날이 각자에게 무엇이 그리도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생일은 주변인들로부터 선물을 당연스럽게 받아도 괜찮다고 다 같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전통 깊은 날?

물론 선물을 받으면 감사하고 뭘 받았는지도 지금도 기억나는 게 몇 개 있지만 나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무 살 그땐 정황상 내가 소속된 열심 내던 동아리의 선배와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았던 거 같다. 그뿐이다. 생일과 소원을 접목시킨 글감은 흥미롭고 좋았지만 너무 빨리 마무리되었다. 단편 모음집에 한 에피소드만 빼놓은듯한 내 엄지보다 얇은 책으로 비싼 값을 받고자 한 건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래서 첫 느낌은 중요한가 보다.

<상실의 시대>에서 받았던 여운이 내 안에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그거 하나 믿고 하루키를 매번 찾는 거 같다.책을 고르는 것도 극장에서 영화 고르는 것과 같아서 실패할 때가 있다. 늘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진 않지만 분명 지금 읽은 문장들이 어딘가 내 안에 남아 언젠간 지혜로 발현될 것이라 근거 없는 믿음을 가져보며 책을 덮는다.

 

Posted by 만년살이
, |

가짜 페미니스트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는 자

술 강요하는 자

나무 위키(종교, 정치, 역사, 사회 부분)

입만 열면 정치 얘기하는 자

선택적으로 분노하는 자 (내로남불)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하는 자

자기가 싫어하는 거 남에게 떠넘기는 자

(질병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 제외) 채식주의자

안되는 일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는자(남탓)

​사사건건 거짓말하는자

Posted by 만년살이
, |

잊지 않겠습니다.

단상 / 2019. 12. 26. 19:09

(사진 출처: 국방부)

얼마 전 6.25였는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목숨을 희생해주신 선배님들을 사회가 점점 잊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전사하신

故 서정우 하사 故 문광욱 일병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은 절대 잊혀져선 안됩니다.

그리고

부산지방경찰청 소속이었던 제 동기

故 김현종 일경

2007년 11월 11일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12년이 지났지만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잊지 않겠습니다.

Posted by 만년살이
, |

직장을 잠시 그만두고 쉰 적이 있었다. 그때 혼자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했는데 하루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중 단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내 호기심이 생겼다. 예전에 3일간 단식을 두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억지로 해서 효과가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고 별 좋았던 기분이 없어 따로 언급할 건 없고 타의가 아닌 100% 자의로 단식을 해보기로 했다. 목표는 4일이었다. 3일은 해봤으니 너무 쉬울 것 같고 5일째되는 날은 활동을 많이 해야 해서 무리가 갈 것 같았다. 다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무리가 가면 안 되니깐. 단식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다. 남들은 단식할 때 감잎 차를 먹어라 하던데 필자는 그런 건 일절 입에 안 댔다. 오직 진행 중엔 물 외에 어떠한 것도 먹지 않기로 했다.

단식 전날에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터널>을 본 걸로 기억한다. (3년 전에 개봉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서 죽을 먹고 본격적으로 돌입.

사전에 얻었던 지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그밀'이란 알약을 먹는 것인데 이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고 한다. 아무래도 단식 기간에는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니 장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몸속에 독소가 쌓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단식을 안 하는만 못하니 마그밀을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잘 먹은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회충약을 먹어야 한다. 만약 회충이 있다면 몸속에서 음식물이 이제 안 들어오니 장기를 갉아먹는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었다.

단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서 일까. 단식 기간 4일 동안 배가 고파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끼니 때를 놓치면 배고파 예민해지는데 단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마음의 대비가 되어서 그런가 꼬르륵 소리도 없었고 초연해졌다. 뇌가 먹기를 포기했나?

첫날엔 정말 편했다. 그리고 체감적으로 시간이 많이 남는다. 하루에 3끼를 먹었으면 그 먹는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는 데다 먹고 난후 휴식을 따로 취할 필요도 없으니 하루에 3시간 정도가 덤으로 주어진 기분이다. 둘째 날도 힘들지 않았다. 그동안 먹었던 음식이 많았나 보다. 에너지를 갈구해야 하는데 딱히 그런 기색도 없었다.

셋째 날에 바닥에 앉아야 할 일이 생겼는데 좌식은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때 좌식도 허리가 아픈데 3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맨바닥에 앉았더니 허리가 무척 힘이 들었다.

그때 알았다. 바닥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는 자세가 얼마나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지를. 그제서야 내가 굶고 있다는 자각이 느껴졌고 슬슬 불안감이 들었다. 역시나 물 외에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어느 분이 나에게 반갑다며 토마토주스를 건네주셨는데 마시는 척만 하고 그분이 안 볼 때 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어느 의사가 말하길 하루 30kcal 이하로 섭취하면 그것도 단식이라고 정의를 내렸기에 토마토 주스 한잔 정도야 상관없겠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식을 하며 얻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몸이 가뿐해진다는 것과 명현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데 명현 현상은 조금 논란이 있다. 아무래도 장이 비워지니 몸이 가뿐해진다는 건 당연한 일일 테고 명현 현상은 무엇이냐면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음으로 소화 기관이 평생 얻지 못했던 휴가를 만끽함으로써 소화 흡수 작용이 쉬는 만큼 몸속에서 각종 정화 기능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스스로 자가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데 현대인들은 늘 섭취를 과다하게 하니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치유하는데 쓰고 있질 못하다는 것이다.

이 능력은 야생의 짐승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악어나 맹수가 아플 때는 아무리 사육사가 입에다 생닭을 넣어주려 해도 다 토해내고 일절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플 때는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소화 흡수하는 작용을 중단하듯 인간도 중단하게 되면 몸의 아픈 부분들이 어디였는지 알게 되고 치유한다면서 여러 인체의 반응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중에 하나가 가슴 부근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나타난다고 한다. 독소가 빠지면서 나오는 현상이라던데 필자는 3일째 되는 날 샤워하면서 발견했다. '이게 바로 그건가?' 싶어서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의학적으로 의사와 상담해서 결론 내린 건 아니라 독소가 나가면서 생긴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머리가 정말 맑아졌다. 배가 고파서 뇌도 같이 쉬는지 잡생각이 안 났고 머리가 굉장히 맑아졌다. 그리고 물이 무척 맛있다. 조미료에서 해방이 되어 혀가 비문명 원시 상태로 돌아간 듯하다. 뭔가 뿌듯했다.

굶게 되면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한다. 역시 독소가 빠져나가면서 그렇다고 하는데 원래 자기가 자기 냄새를 못 맡아서 이건 모르겠고 기억도 안 난다.

3일째 저녁이 되는 날, 계단을 오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심장 박동이 유독 심하게 빨라졌다. 어르신들이 잘 못 올라가듯 필자 역시 계단 올라갈 때 벽 짚고 올라가야 했다. 숨이 찬다기보단 굉장히 중노동을 버겁게 하고 있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위험했는지는 3년이 지난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배가 고파 꼬르륵하거나 음식이 먹고 싶어 입에서 침이 나온다든지 그런 건 역시 전혀 없었다. 다만 불닭볶음면이 먹고 싶어졌다. 필자는 매운 걸 못 먹는데 갑자기 매운 것이 먹고 싶어졌다. 그러나 단식을 하면 위장이 쪼그라들고 약해져 매운 음식은 절대 섭취해선 안된다. 단식 후 보식(단식 일수만큼 죽을 먹어 위장을 원상태로 회복해야 하는 것)을 할 동안에도 매운 음식은 물론이고 기름진 것도 안된다.

단식이 끝나면 꼭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았다. 식욕은 아닌데 내 속에 부족한 것을 채우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도 식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음식은 생각도 안 났으니.

마지막 4일째 되는 날 저녁 너무 지겨웠다. 어차피 지금 단식을 끝내나 내일 아침에 끝내나 똑같을 것 같았다.

단식을 종료하고 포카리스웨트를 꺼냈다. 침대에 앉아 포카리스웨트 두 모금 정도를 마셨다. 오랜만에 혀에 자극이 전해지게 되었는데 만족감과 허무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사실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많이 들었던 참이었기에.

포카리를 마시니 신기한 현상이 생겼다. 그 현상을 단방에 알아차린 건 아니지만 문득 깨달아 알게 되었다. 내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던 것이다!!!!!!!!!!

처음엔 몰랐다. 어느 순간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 자각한 순간 든 생각은 뇌에서 기분이 좋다며 노래 한곡 뽑으라고 지시한 것 같았다. 그리고 허벅지에 힘이 들어감이 바로 전해졌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정확한 글귀는 생각이 안 나지만 대충 이렇다.

'우리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과잉 섭취하며 살고 있기에 사실 무엇을 먹어도 음식의 효능을 쉽게 느끼길 힘들다. 그러니 음식이 주는 에너지와 효능을 정말 제대로 느끼려면 궁핍한 상태가 되었을 때가 되어야 한다'

포카리를 마시니깐 노래도 나오고 허벅지에도 힘이 나 방에서 갑자기 서있을 수 있게 되고 걷고 싶어졌다.

이 포카리 한 잔으로 최대의 효율을 낸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평소에 얼마나 많이 먹었단 뜻인가.. 적게 먹어도 우리 몸은 충분히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었는데....

그리고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처음엔 죽을 만들어 먹고 토요일부턴 미역국도 같이 섭취했다.

그런데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일요일 점심, 친구와 만나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배가 아파졌다. 무리를 했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어리석었다. 원래 금식으로 굶는 기간보다 보식으로 위를 다시 원위치로 돌이키기가 더 어려운 것인데 이걸 명심했어야 했다.

단식을 한 후 지금까지 바뀐 것이 하나 있다. 청양고추를 포함한 매운 걸 일절 못 먹던 내가 매운 음식을 즐기게 되었다. 이 사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안 믿긴다는 듯 신기하게 바라보신다. 무엇을 얻었는지는 딱히 결론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짧았던 4일이지만 좀 적게 먹어도 인체는 얼마든지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분명 필자는 배는 안 고팠다고 했지만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못 느끼는 스트레스는 느꼈다. 사람은 배고파서 먹는 것도 있지만 맛을 느끼는 행복을 누리는 즐거움도 있기에.

​다음에 단식을 하게 되면 5일 도전이다 그때는..

3줄 요약

1. 건강을 위해 첫날 회충약과 마그밀 알약을 먹고 물만 마시며 4일간 단식을 함.

2. 배는 안고팠지만 머리가 무척 맑아졌고 몸도 가뿐해지고 명현 반응으로 두드러기도 났다.

3. 포카리 한 잔으로 기분 확 좋아지고 힘이 나며 말끔하게 금식 종료.

 

는 페이크고 사실은

1줄 요약

굶는 게 금식이 아니다. 굶고 나서 죽으로 보식까지 마치는 것이 금식의 완성이다.

Posted by 만년살이
, |

바로 개고기 찬반 토론

각자의 주장을 가지고 와서 떠들지만

개고기 반대하는 자들의 논리는 수수깡으로 집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 같다. 웃기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함.

정말 반박하기 좋도록 주장하는 데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찬성하는 자들의 토론 실력을 길러주기 위한 튜토리얼 같은 존재들임.

왜 개를 먹어선 안되는지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먹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없어서 못 찾는 건가?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잊지 않겠습니다.  (0) 2019.12.26
단식 4일하고 느낀 점.txt  (0) 2019.12.26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는 자들아  (0) 2019.12.22
흔히 하는 실수  (0) 2019.12.22
악마를 보았다  (0) 2019.12.22
Posted by 만년살이
, |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